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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하차를 둘러싼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JK필름의 공방

신문고 / 2012.05.03 / 공개글

http://www.cine21.com/do/article/article/typeDispatcher?mag_id=69749

[포커스] 하차당했다 vs 소통 거부했다

글·사진:김성훈 2012.05.01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하차를 둘러싼 이명세 감독과 제작사 JK필름의 공방


<미스터 K> 하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명세 감독. 영상은 <미스터 K>의 타이 촬영 장면. <미스터 K> 하차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명세 감독. 영상은 <미스터 K>의 타이 촬영 장면.
4월25일 오전 한통의 전화가 왔다. 이명세 감독이었다. 하루 전날인 24일 “이명세 감독이 대승적 차원에서 물러나겠다”는 언론 기사가 나온 차였다. 전화 통화에서 하차 기사가 사실인지 물었고, 이명세 감독은 “내가 하차한 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하차하게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집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같은 날 오후 이명세 감독의 사무실이 있는 용산구 보광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이명세 감독은 “촬영 중단 통보는 물론이고 나와 상의 하나 없이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에 대해 당황스럽다”며 제작사인 JK필름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JK필름과 갈등을 빚게 된 문제의 <미스터 K> 타이 촬영 6회차 촬영분을 편집한 ‘1차 편집본’을 아이패드로 보여주었다.
이명세 감독이 보여준 약 20분짜리 편집본은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첩보원 남편 철수(설경구)와 동료 첩보원(고창석)이 벌이는 작전, 타이의 한 재래시장에서 벌어지는 철수와 라이언(대니얼 헤니)의 추격전, 첩보원의 아내 영희(문소리)와 라이언이 만나는 장면 등 영화의 초반부에 해당되는 장면들이었다. 영상을 본 소감부터 말하자면 이미지는 소문대로 ‘100억원 대작 첩보영화’라는 수식어가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했다. 다만 “이명세 감독의 전작 <형사 Duelist>나 처럼 만들어놓았다”는 소문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굳이 감독의 전작과 비교하자면 그것은 외려 이명세 감독의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명세 감독의 말에 따르면, 타이 촬영 중 하나였던 ‘노천 카페’ 시퀀스를 촬영할 때 윤제균 감독은 그 자리에 함께했고, 빡빡한 제작 일정 때문에 일단 시간 안에 촬영한 뒤 보충은 세트장이 있는 안산에서 찍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이명세 감독은 “타이 촬영은 예산문제로 CG 소스를 촬영하러 간 것이고, 분명 드라마를 찍으러 간 것이 아니다. 예산문제로 타이에서 찍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5회차 동안 타이에서 타이의 소스를 찍을 수 있는 대로 찍자, 가 제작진의 목표였다. 그 부분 역시 JK필름과 합의한 부분”이라며 “설경구, 문소리, 대니얼 헤니, 고창석 등 배우들에게 타이 촬영에 있어 대사의 감정은 나중에 후시녹음으로 하자고 말했다”라는 말을 윤제균 감독에게 전했다고 한다.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의 의견 차이

<미스터 K> 시나리오 표지. <미스터 K> 시나리오 표지.
반면 JK필름의 의견은 달랐다. 이명세 감독 인터뷰 하루 뒤인 26일 오전 JK필름 길영민 대표와 통화했다. 지난주 <씨네21> 851호 국내뉴스 ‘<미스터 K>의 운명은?’ 기사에 밝힌 대로 그는 “촬영이 잠깐 중단된 건 이명세 감독을 해고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 아니었다. 촬영분이 우리가 생각한 작품의 컨셉과 다소 다르다고 생각했고, 지방 촬영 내려가기 전에 감독님과 재점검하자는 의미로 촬영을 중단시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니까 JK필름은 ‘감독 해고’라는 무리수를 둘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JK필름의 1차 편집본에 대한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의 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배우의 캐릭터다. 길영민 대표는 말한다. “프리 프로덕션 때 감독님과 이 영화를 ‘본’ 시리즈로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나눴다. 감독님 역시 그렇게 찍 겠다고 하셨고. ‘본’ 시리즈 같은 영화라면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는 동시에 유머가 위트있게 들어가는 스타일인 거다. 설경구가 연기한 철수 캐릭터의 경우, 일에서는 스페셜리스트지만 아내인 영희 앞에서는 쩔쩔매는 캐릭터인데, 그 느낌이 1차 편집본에서 잘 살아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JK필름이 이명세 감독에게 불만인 건 촬영이 잠깐 중단됐을 때 대화하자는 JK필름의 제안을 듣지 않았다는 거다. 길영민 대표는 “촬영 중단을 통보한 다음날 감독님께서 스탭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고 계시더라. 그것도 변호사를 대동한 채로 말이다. 감독님을 해고하겠다는 얘기도 아니고, 잠깐 점검하자는 우리의 요청을 듣지 않으셨다.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에게 이 문제를 따로 얘기하셨다”고 밝혔다. JK필름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현장이나 발생할 수 있을 법한 문제를 이명세 감독이 제작사와의 소통을 거부한 채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말이다.
정리하면 감독과 제작사가 사전에 합의했다고는 하나 애초에 이명세 감독이 생각하는 <미스터 K>와 JK필름이 생각하는 <미스터 K>의 갭이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JK필름은 이명세 감독과의 작업이 삐거덕거릴 수 있다는 예상을 못했을까. 길영민 대표는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두분의 스타일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정말 훌륭한 작품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대답한다. 문제는 이명세 감독과 JK필름 윤제균 감독의 감정의 골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것이다.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미스터 K>를 이명세 감독에게 맡기겠다는 선택에 반대했을 때 윤제균 감독은 누구보다 열심히 CJ를 설득했다. “이명세 감독의 오랜 팬이자 상업영화 복귀를 바라는 후배 감독의 마음”이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분명한 건 지금 두 사람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명세 감독은 “제작사와 합의된 내용대로 찍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윤제균 감독에게 이런 제안도 했다.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액션은 내가 찍을 테니 윤 감독이 코미디를 맡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반면 JK필름은 “한 영화에서 액션과 코미디를 나눠서 연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있을 수 없다는 의미로 거절한 거다”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문제는 제작사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스터 K>의 투자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은 이명세 감독 하차 전이나 후나 변함이 없다.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말한다. “애초에 비주얼리스트 이명세 감독과 코미디의 윤제균 감독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럼에도 윤제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건 그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CJ가 이명세 감독 하차와 관련해 JK필름에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고? 그건 위험한 소리다. 투자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투자사와 제작사간의 파트너십이 형성되는 거 아니냐고? 크고 작은 일의 진행에 투자사의 합의가 전제되는 게 사실이긴 하나 우리가 마음대로 제작사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경우는 없다.”

<미스터 K>, 새 감독 물색 중

4월25일 <씨네21>과 인터뷰가 끝난 뒤 이명세 감독은 윤제균 감독을 만났다. 남아 있는 스탭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하차는 했지만 CJ와 JK필름은 남아 있는 스탭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경써줬으면 한다”고 스탭 걱정을 했다. JK 필름은 4월26일 현재 공석이 된 감독을 새로 물색하고 있다. 길영민 대표는 “스탭 문제의 경우, 스탭에게 이 작품을 마무리할 건지, 아니면 그만둘 건지 의사를 확인하고 남아 있겠다는 사람은 당연히 함께 갈 계획이다. 그리고 5월10일 촬영 재개를 목표로 다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역시 “스탭 문제는 제작사인 JK필름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세 감독과 JK필름의 의견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나 대형 프로젝트에서 유명 감독의 연출권이 제한받았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건 분명하다. 어쨌거나 갈등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다음 장부터 이명세 감독의 <미스터 K> 감독 하차의 심경을 전한다.

<미스터 K> 사건 일지

2010. 7 JK필름 박수진 작가의 <미스터 K> 시나리오 초고 완료.
2012. 3. 13 <미스터 K> 타이 크랭크인. 원래 5회차였던 촬영이 하루 늘어난 6회 촬영.
2012. 3. 29~4. 2 국내 촬영 돌입. 양수리 세트장.
2012. 4. 4 1차 편집본, JK필름에 전달.
2012. 4. 6 JK, 제작 진행 점검을 위한 촬영 중단을 이명세 감독에게 요청.
2012. 4. 7 이명세 감독, 현장에 변호사 대동.
2012. 4. 8 윤제균 감독, 이명세 감독, 첫 번째 만남.
2012. 4. 9~10 JK필름, 스탭들에게 ‘이번 문제가 장기화될 것’을 알림.
2012. 4. 15 <한겨레> 김영진 영화평론가 칼럼 코너에 “이명세 감독 해고설은 ‘창의성 막장’ 예고편”으로 이번 사건 최초 보도.
2012. 4. 16 윤제균 감독, 이명세 감독, 두 번째 만남. 이명세 감독 윤제균 감독에게 “코미디는 윤제균이, 액션은 이명세가 찍을 것”을 요청했으나 윤제균 감독이 제안을 거절.
2012. 4. 22 <미스터 K> 조감독, JK필름에 전화해 이명세 감독 하차 의사 전달.
2012. 4. 24 이명세 감독, <미스터 K> 하차 결정 기사화.
2012. 4. 26~ 이명세 감독, <씨네21>과 <한겨레> 인터뷰. 윤제균 감독, 이명세 감독, 세 번째 만남. 스탭문제 협의 중.

글·사진: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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